김용만 사진작가의 사진에 문정희 시인의 詩를 붙이다
상태바
김용만 사진작가의 사진에 문정희 시인의 詩를 붙이다
  • 지리산힐링신문
  • 승인 2020.01.30 1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운산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백운산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백운산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백운산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

원제목은 문정희 시인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