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김용만 사진 박남준의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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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 (김용만 사진 박남준의 詩)
  • 지리산힐링신문
  • 승인 2020.01.2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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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 한 그릇
 

 

섣달 그믐
어머니의 한숨처럼 눈발은 그치지 않고
대목장이 섰다는 면소재지로 어머니는
돈 몇 푼 쥐어 들고 집을 나서셨다
사고 싶은 것이야
많았겠지요, 가슴 아팠겠지요
섣달 그믐 대목장날
푸줏간도 큰 상점도 먼발치로 구경하고
사과며 동태 둬 마리 대목장을 봐오시네
집에 다들 있는 것인디 돈 들일 것 있느냐고
못난 아들 눈치보며
두부전, 명태전을 부치신다
큰형이 내려오면 맛보이신다고
땅 속에 묻어 뒀던 감을 내어 오시고
밤도 내어 오신다. 배도 내어 오신다
형님의 방에는 뜨근뜨근 불이 지펴지고
이불 호청도 빨아서
곱게 풀을 멕이셨다
이번 설에는 내려 오것제
토방 앞 처마끝에 불을 걸어 밝히시고
오는 잠 쫓으시며 떡대를 곱게 써신다
늬 형은 떡국을 참 잘 먹었어야
지나는 바람소리
개 짖는 소리에 가는 귀 세우시며
게 누구여, 아범이냐
못난 것 같으니라고
에미가 언제 돈보따리 싸들고 오길 바랬었나
일년에 몇 번 있는 것도 아니고
설날에 다들 모여
떡국이나 한 그릇 하자고 했더니
새끼들허고 떡국이나 해먹고 있는지
밥상 한편에 식어가는 떡국 한 그릇
어머니는 설날 아침
떡국을 뜨다 목이 메이신다
목이 메이신다
(박남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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