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백무동 지리산의 아침 팬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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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때? 백무동 지리산의 아침 팬션
  • 지리산힐링신문
  • 승인 2020.01.17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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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수호신이 있다
지리산 영기가 철철 넘치는 아침밥상.
팬션의 수호신 거북이.
약술과 김태룡 선사
아내 윤복희 여사는 백무동 초입에서 민박집 <지리산의 아침>을 운영한다. 마천면 강청리 650-3번지. 010-9203-0487.

 

20108월초, 문화일보 박경일 기자(여행전문)는 지리산 칠암자 순례길을 취재하기 위해 함양()을 찾았다.

칠암자란? 함양군 마천면 삼정산(1261m)에 위치한 일곱 개의 암자를 말한다. “(박경일 기자의 말) 그 길은 온통 짙푸른 이끼로 가득합니다. 지리산 주능선을 내다보는 호쾌한 전망, 고즈넉한 암자에 서려있는 맑은 정신, 도회지에서 때묻은 몸은 여기서 정화됩니다

 

 

박경일 기자는 칠암자순례를 마치고 201083, 문화일보 레저면에 아래와 같은 여행기를 싣는다.

칠암자 순례길은 함양의 도솔암에서 영원령을 넘어 영원사와 상무주암, 문수암, 삼불사를 거쳐 도마마을 쪽으로 내려섰다가 다시 약수암을 거쳐 남원 실상사까지 이어진다. 이곳의 암자들은 신도들과 교유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순전히 불법을 닦고 공부하기 위해 일부러 거친 곳을 찾아 세운 것이리라. 칠암자 순례길에서 만나는 암자와 절집은 어느 곳이 낫다할 수 없을 정도로 다 저마다의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중 빼어난 곳이 상무주암과 문수암이다. 영원사를 지나 영원령을 넘으면 상무주암이다. 무주(無住)라 함은 불가에서 일체의 경계에 머물지 않는 반야삼매의 경지를 뜻한다. 절집의 현판 상무주(上無住)의 글씨는 원광이란 뚜렷한 낙관을 보아하니 경봉스님의 솜씨다. 묵을 곳을 소개한다.

 

칠암자순례길 시발지 함양의 삼정마을은 지리산 벽소령 쪽으로 오르는 등산코스가 나있어 인근에 숙소들이 많다. 그러나 칠암자 순례길을 택했다면 삼정마을에서 영원사로 오르는 도로변에 있는 봉우리산장을 추천한다.

 

흰수염을 기른 도인 풍모의 산장지기 김태룡 거사가 주인이다. 칠암자 순례길에서는 자칫 길을 잃기 쉬운데 산장지기가 삼정산의 등산로를 손금 보듯이 꿰뚫고 있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산 속 호랑이의 포효

 

 

○…20173월초, 함양군 마천면 삼정마을, 멀리 지리산 천왕봉, 제석봉이 보인다, 필자와 야생화 연구가 전영태(여행평론가), 벽소령 자락 봉우리 산장을 향했다.

벽소령 계곡물이 물보라를 하얗게 흩뿌리면서 사나운 기세로 용솟음쳐 흘러 내려가고 있다. 구불구불 산비탈을 지나 이름모를 고개를 넘으니 헐겁게 지어진 작은 나무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집 뜨락에 녹지원(錄智苑)’이라고 쓰여진 현판 하나가 놓여져 있다.

지혜를 기록하는 집이라? 봉우리산장 김태룡 거사가 나그네를 반긴다. “바로 요놈이 내 아들이외다. (아들을 껴안으며) 아들아, 아부지 왔다

김 거사 산장 뜨락에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거북이 석상이 하나 놓여져 있다. 얼굴을 자세히 훔쳐보았더니, 영낙없이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행성 판도라나비(navi)족 같이 생겼다. 거북이는 오래 산다는 의미에서 용이나 봉황과 함께 상서로운 동물로서 인식되었다. 그리하여 집을 짓고 상량(上樑)할 때 대들보에 하룡(河龍)’· ‘해귀(海龜)’라는 문자를 써넣었다. 또 귀뉴(龜紐)라 하여 손잡이 부분에 거북의 모양을 새긴 인장을 사용하였고, 귀부(龜趺)라 하여 거북 모양으로 만든 비석의 받침돌도 사용되었다.

 

김태룡 거사의 거북이는 지리산 서쪽 방향에 위치해 있다. 방위, (西)는 극락(極樂) 서방정토를 의미한다. “이 거북이가 우리집 마당신()이죠, 언젠가, 한 고승이 이 거북이를 보고, 김 거사, 저 거북이한테서 영성적(靈性的) 기운이 감도네, 매일 새벽 5시에, 거북이 옆에 좌선하고 앉아, 두 손을 부신팔자호신법인 일륜인(日輪印)을 행하고 부처님께 기도를 허시게, 동천발양(冬天發陽)! 얼어붙은 자네 심장에 한줄기 따순 햇살이 스며들걸세

 

일륜인(日輪印)은 어떻게 합니까?” “(시범을 보이며) 좌우의 모지와 인지를 서로 맞추고 나머지 손가락을 폅니다

 

인도 브라만교의 성전 베다'에 술 이야기

 

○…필자가 산장 샘터에서 물 한 바가지를 퍼 마시며 취재에 돌입했다. “간단하게 김 거사의 행장기를 좀 들려주시죠.” “허허, 행장기라? 이곳이 제 안태고향입니다. 부 김창규, 모 김옥님 사이 41녀중 둘째입니다.

소시적 고향이 좁고 낙후되어, 대처로 나갔지요, 서울서 오랜간 식육점(부자정육점)을 하다가 2003년쯤 아내(윤복희)와 함께 귀향, 오늘에 이릅니다.

세상에 이런 별천지가 어디 있겠소. 산 속에서 오래 살다보니 관상도 바뀝디다. 사람들이 저더러 깊은 산골짜기를 질주하는 호랭이래요, 지리산 정기가 제 얼굴을 확 바꿨나 봅니다. 아우는 법명이 담산(譚山)인데, 현재 충북 영험도량(미륵세계사)에 주석하고 있습니다, 출가이유? 허허 그건 제가 잘 모르죠, 마천에 속세 아우 말고도 선승이 된 사람이 많습니다. 지금은 열반했지만 강원도 철원 명주전 큰스님, 노래하는 스님 심진 등이 계시죠. 유년시절 산 속에서 산 게 인이 박혀, 속세보다 산 생활이 좋아, 출가(出家)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별미 염소고기.
이광숙사진작가

 

 

○…이제, 술 이야기를 좀 해야 겠다. 김 거사 토굴에 지리산에서 채취한 각종 산야초로 만든 술들이 즐비하다. 술의 어원(語源)들이 재밌다.

 

일본에서는 술을 사카에노 미즈(번영의 물), 중국에서는 하늘이 내리 녹(급여)이라고 한다. 고대 인도 브라만교의 성전 베다에 술 이야기가 나온다. 브라만교에서는 많은 신들을 받들었는데, 그 중 불의 신 아그니와 술의 신 소마를 제일 높이 평가한다. ‘소마는 제식때 공양물로 바치는 강한 술이다. 일본의 역사학자 마야자키 마사카쓰 교수의 말이다. “인도 천둥의 신(인드라)이 악귀 브리트라와 싸울 때, 인드라 신은 소마를 한 사발 마신 후, 광적인 용맹심을 몸에 지니고 적 브리트라를 무찔렀습니다

 

소마는 어떤 술인가? 주재료는 메꽃과의 덩굴이다. 여기에 물을 담가 짜내고 우유 등을 섞어서 만든다고 한다. 인도에 소마가 있다면 삼정마을 봉우리 산장에는 마가목술이 있다.

 

마가목은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한대수목이다. 먼옛날 마가목의 선조들은 보통 나무들처럼 낮은 곳에서도 자랐으나,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그래도 비교적 경쟁이 덜한 추운 곳으로 차츰차츰 올라갔다고 한다.

마가목은 높은 산 중턱에서부터 꼭대기에 걸쳐 자란다. 그래서 일부러 높은 산에 올라가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나무이다. 늦봄에서부터 초여름에 걸쳐 가지 끝에서 여러 개의 꽃대가 올라와 우산모양으로 수많은 하얀 꽃이 핀다. 그러다가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들어서면 갑자기 사람들의 눈을 현란하게 만든다. 수많은 꽃 핀 자리마다 굵은 콩알 굵기만 한 동그란 열매가 빨갛게 익기 때문이다.

아직 초록색 잎이 그대로인 채로 빨간 열매가 무더기를 이루므로 감히 아름다움을 겨루어보자고 할 나무가 없다. 동의보감에 마가목은 중풍과 어혈을 낫게 하고 몸이 허약해진 것을 보신해준다고 했다.

 

조선의 명의로 알려진 이경화(李景華·저서로는 廣濟秘가 있다)는 마가목으로 담근 술이 36가지 중풍을 고칠 수 있다고 했고, 다른 기록들에서도 마가목이 다리의 맥을 세게 하고 성기능을 높여주며 흰 머리를 검게 한다고 되어 있다. 마가목 지팡이만 짚고 다녀도 굽은 허리가 펴진다는 옛 말이 있을 정도로 마가목은 관절염과 신경통에 특효인 약초이다.

 

김 거사가 제조한 또다른 술로는 말벌술. 벌하면 박근혜 전대통령이 생각난다. 박근혜 전대통령은 201555일 어린이날 행사에 참석, 학생들에게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라는 말을 했다.

 

이것은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말로 원래는 바쁜 꿀벌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잘못 말한 것이다. 폐일언하고 꿀벌은 멕시코 인디언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제사용 술이다. 꿀벌이 생산 벌꿀을 영어로 HONEY라고 한다. 신혼 1개월간을 의미하는 말로 허니문이 있다.

중세 게르만 사회에서는 결혼한 후에 신부가 약 1개월간 집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고 벌꿀을 신랑에게 마시게 해서 아기를 생산하는데 힘쓰는 풍습이 있었다.

여기에서 허니문(Honeymoon)이라는 말이 생겼다 한다. 확실히 벌꿀은 영양가가 1kg2,940kcal로 높으며 강장작용이 있다. 젊은 꿀벌이 여왕벌 또는 여왕벌의 유충의 먹이로서 분비하는 로얄제리는 여왕벌에게 매일 2천개의 알을 생산하는 능력을 배푼다고 하니 대단한 것이다.(고려대 출판문화원에서 펴낸 책 술의 세계사에서 인용)

 

김태룡 거사의 토굴에는 목청벌꿀술이 진열되어 있다.

특별히 목청·석청이라 불리는 고가의 꿀은, 그냥 토종벌이 아니라 야생벌의 꿀이다. 산 속에서 야생벌을 미행해 고목나무나 바위에 지어놓은 야생의 벌집에서 채취한다. 석청과 목청은 4한되에 100만 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귀하다.

이외, 산더덕주 다래주 오미자주 등이 영롱한 빛을 발하며 토굴 속에 진열되어 있다. 동행한 야생화 연구가 전영태 씨가 김태룡 거사에게 물었다. “김 거사가 제조한 술들을 보니” “보았더니?” “허허 대자연을 테마로 한 그림같기도 하고 빛깔을 지닌 상형문자(象形文字)같기도 합니다. 집에 비치해두면 집안에 서기가 감돌 것 같습니다

 

 

그렇다. 저 산약초 술() 속에는 우주적 원기가 입력되어 있을 것 같다.

 

 

봉우리 산장 김태룡 거사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하산하려는데 김 거사 안주인이 공양을 하고 가란다. 산에서 금방 따온 야생초들이 식탁 위에 가득하다. 한 술 한 술 먹을 때마다 아, 산가(山家)에 사는 사람들은, 박근혜 버전으로 아수라발발타, 우주의 기운을 먹고 사는구나, 그런 생각이 퍼뜩 든다. 깊은 산속 야생초 안주에 산약초술을 한 잔 하면서 필자는 중국의 소동파의 시를 암송했다.

 

 

溪聲便是長廣舌 계성변시장광설(시냇물 소리가 그대로 부처님의 장광설이요), 山色豈非淸淨身 산색기비청정신(산빛이 어찌 그대로 청정법신이 아니겠느냐), 夜來八萬四千偈 야래팔만사천게(밤새 들은 팔만사천 법문의 그 소식을), 他日如何擧似人 타일여하거사인(뒷날 어떻게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을까?)”

 

구본갑|여행기자busan707@naver.com

사진협조|이광숙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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