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뽕순대의 명가 조양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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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뽕순대의 명가 조양식당
  • 지리산힐링신문
  • 승인 2019.12.28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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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맛의 원조

조양식당 피순대국밥 조미숙


# since 1951.

찌지찌익고물 라디오에서 현인노래 굳세어라 금순아!’가 흘러나온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1952년 겨울, 함양공설시장 난전. 닭이 첫 홰를 치고 나서어둠 속에서 깨어난 새벽이 푸르스름하게 시장 안으로 스며들어 오고 있다. 장돌뱅이들이 하나둘씩 부산하게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고 있다. 그들이 당도한 곳은 난전 한 켠 장터국밥집(옥호는 하동집).

 

보소 지곡() 새댁, 오늘은 순대국밥 말고 국에 국시 좀 마이(많이) 풀어주소, 탁주도 꽉꽉 눌러 가지고, 어이 추버라, 어짜몬 좋노, 어젯밤에 마천 등구 이상식이 아부지 공비 대죽으로 찔러죽었다카데, 아이고 벌써 음석(음식)이 왔나, 자자 묵자, 왔다 맛 있는거, 새댁 국밥 맛 묵을라꼬 내가 장돌뱅이 안 하나, 리승만(전 대통령)이도 이 맛을 모를끼라, 먹거리 한 사발 더 주소

장돌뱅이는 후루루 뚝배기 국물을 들이키며 국밥집 새댁에게 농을 한다. “전쟁터에 나간 서방 죽었는지 살았는지 깜깜 무소식이제, 내가 튼실한 총각 한 명 소개해주까?”

국밥 만드는 새댁, 서방은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청상과부 새댁(정순권), 시름도 이겨낼 겸 생계도 유지할 겸 전쟁통 1951년부터 함양시장 바닥에서 국밥장사를 하게 된다.

 

하동집 장터국밥? 별미 중 별미였지, 그 아줌씨 지금도 살아있나? 그 집 국밥, 참 맛이 깊었지, 가마솥에 사골을 푹 고아, 그 국물에 대파 씨래기 순대 내장 넣고 끓인 국밥 맛 지금도 안 잊어진다 마

그 새댁 이승 버린 지 온젠데, 중풍 걸려 고만새댁 작은딸이, 저그 어무이 손맛 이어받아 지금 시장 길 건너에서 순대국밥집 안 하나, 오늘 점슴 그() 가서 묵자

 

함양 중앙시장 건너 조양식당. 인터넷 검색창에 함양 맛의 원조를 탁 치면 제일먼저 등장하는 별미집. 주요메뉴는 소머리국밥, 돼지국밥, 순대국밥, 암뽕수육, 소머리수육, 족발, 내장고기 비빔밥 등이다. 주인은 지곡 새댁 작은 딸 조미숙. 모친 손맛 그대로 이어받아 지리산 찾는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만점이다.

 

함양의 김태희손맛
못 보면 평생 후회!

 

# 필자도 조양식당을 자주 찾는다. 필자, 함양서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한지, 어언 3년째. 아침저녁식사 해결하느라 함양 거리 고망쥐처럼 들락날락하다 마침내 찾아낸 맛의 이찌빵(최고)!

홀 안에 탁자는 딱 두 개, 앉아서 먹는 탁자는 세 개. 장날이면 이빨 빠진 할매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그만큼 조양식당 고기가 연하다는 말씀!

소머리국밥 맛이 일품이다. 주재료는 소머리, 사골, 잡뼈, 대파(파뿌리), 생강 썬 것. 머리고기와 소 혀를 다른 식당 보다 더 많이 넣어 감칠맛을 더한다.

 

모친은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예. 중풍으로저로 말할 것 같으몬 내 나이 여섯 살 때부터 어무이 식당에 진출, 설거지도 하고 어무이 잔일 도와주면서 국밥 만드는 법을 배운 무림고수다 이 말쌈입니다. 전쟁통에 서방 일가(잃어)뿌렸는데 웬 딸이 있느냐? 참말로 별 거 다 묻네, 개가 안 했심니커 개가 푸하하하. 원래 어무이 하동식당은 공설시장 안에 있었지요. 그라다 1985년 지금 이 자리로 옮겼는데예, 왜 식당 이름이 조양이냐? 당대 최고의 명리학자 모씨가 정해준 이름인데 조선일보 할 때 조() 태양할 때 양(), 즉 다시 말해서 아침 햇살처럼 서기 어린 요리 맛을 만드는 집이라는 뜻이지요

 

-조양식당이 다른 집과 차별화 된 점이 있다면?

어무이는 모든 요리 맛, 조선간장으로 냈심더, 저도 그 전통을 이어받아 어무이 비법 그대로 하고 있심더. 그라고 투철한 기업정신(?), 함양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추억을 남겨 주는 것입니다. 해서 봄이면 봄에 맞는 제철 반찬을 꼭 내놓습니다

옆자리에서 암뽕 한 사라(접시)에 쐬주 마시던 단골 할배 말씀하길 무엇보다도 주인 용모가 출중 안 하나. 자세히 저 얼굴 보거라. 톱스타 김태희보다 더 안 예뿌나. 기자 양반 여주인 나이도 한번 물어 보소

 

-몇살?

“46

“(단골 할배)으하하하, 저 호랭이가 물어갈노무 여펜네! 모라꼬? 46? 으하하하, 말하는고 좀 보소?”

조양식당 여주인 조 여사 눈을 흘기며 할배요, 할배는 연예인 나이 발표 기본도 모르닝교, 나이를 좀 내려놔야 젊은 관광객들이 우리 식당을 한번 더 찾아온다 그런 룰도 모리능교 참말로! 좀 있다 암뽕 좋은 놈 좀 더 주께. 입 다물고 가만 있으소, 크하하하

그 웃는 모습이 맑은 샘물 같다.

 

# 조양식당의 또 다른 별미는 순대모듬. 옛날 기법으로 만든 피순대와 돼지머리 암뽕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순대란 야채가 들어가지 않는 오리지널 순대를 말한다. 암뽕순대. 돼지 암컷의 내장을 사용하는 것을 암뽕순대라고 하는데 곱창, 대창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막창을 이용하기도 한다. 돼지 한 마리에 3040cm 밖에 안 나온다. 쫀득쫀득한 게 가히 맛의 지존. 함양 찾아오신 관광객 여러분, 함양 왕림하셨다가 함양의 김태희손맛 못보고 가시면 평생 뭐뭐 할낍니더 알아서 하이소! 055-962-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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