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사찰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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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사찰 순례
  • 지리산힐링신문
  • 승인 2019.12.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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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송사 산신각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영화 ‘만다라(김성동 원작)’ 중 최고 하이라이트 장면은 운수행각( 雲水行脚)이다. 이 영화는 승려 법운과 지산의 각자 다른 수행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 도입부에 이런 장면이 펼져 진다.

눈보라 휘날리는데…지리산 다랭이논 위로 법운과 지산 스님이 행각을 하고 있다.

행각을 달리 변참(徧叅)이라고 한다. 수도승이 행운유수(行雲流水)와 같이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언제나 제방에 명안의 스승을 찾으러 편력하고 불법을 참학(叅學)하는 것을 뜻한다.

필자도 주말이면 법운처럼 산자명 수자심(山自明 水自心)…지리산 자락의 영험도량을 찾아 행각을 한다. 도반은 한경택 함양군의회 의사과장. 그는 독실한 불자다. 한 과장에게 전화를 하면, 전화 속에서 ‘반야심경’이 들려온다.

40여년간 함양서 공무원생활을 한 터라, 지리산 골짝골짝 어느 곳에 어떤 암자가 있는지 훤히 안다. 함양 지리에 밝지 못한 처사, 어느날, 한경택 과장에게 “지리산 함양 내 암자순례 길라잡이가 되어주십사” 간청했다. 한 과장은 흔쾌히 처사의 청을 들어주었다.

“갑시다, (사찰 연혁에 대해 ) 많이 아는 바는 없지만, 아는 데 까지 설명해 드리리라”

지리산 깊은 골에 들어서면 운유유수잔잔(雲悠悠水潺潺), 구름은 유유히 떠있고 물은 졸졸 흐른다. 천성도이청(泉聲到耳淸). 계곡소리 귀에 들려 내 마음이 맑아 지누나, 그 계곡에 발 담그고 물소리 들으니 선(禪)이 따로 없다.

# 지리산 최고봉은 천왕봉이다. 천왕일맥(天王日脈) 동북방향으로 돌고돌아 범천의 기상으로 중봉과 하봉을 거느리고 힘차게 뻗어 두류봉을 이룬다. 두류봉이 북으로 뻗어내려 다시 정서 방향으로 조산을 휘감아 마치 청학이 알을 품은 형국으로 역류하는 산세를 이루고 있는 산이 벽송산이다.

벽송산 정상에 부용봉(芙蓉峰)이 있다. 생김새가 마치 연꽃을 닮았다. 부용봉 아래, 청학포란(靑鶴抱卵) 형국에 벽송사가 위치해 있다.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259.

한경택 과장은, 함양 사찰 첫 번째 코스로 벽송사를 택했다.

 

 

“ (한경택 과장의 말) 벽송사는, 천왕봉 중봉 하봉 제석봉 두류봉 삼봉산 금대봉 법화산 칠선동 백계동 백무동 등 지리산의 천봉만동(千峰萬洞)을 앞뒤 동산으로 하여 연꽃이 활짝 핀 것과 같은 형국에 위치해 있습니다”

벽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12교구 본사인 해인사(海印寺)의 말사이다. 현 위치에서 50m 위의 옛 절터에 있는 삼층석탑이 고려 초기의 양식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절 창건은 라 말 내지 고려 초로 보고 있다.

1520년(중종 15)에는 벽송(碧松)이 중창하여 벽송사라 하였으며, 6·25 때 소실된 뒤 곧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법당인 보광전(普光殿)을 중앙으로 좌우에 방장선원(方丈禪院)과 간월루(看月樓)가 있으며, 전면에는 산문(山門)과 종루를 배치하였고, 후면에는 산신각이 있다. 중요문화재로는 보물 제474호인 벽송사삼층석탑 1기가 있다.

예로부터 벽송사는 큰스님의 수행처로 이름 높다. 벽계, 부용, 청허, 부휴, 사명으로 이어지는 한국 선종의 정통 선맥(禪脈)이 이 절에서 비롯되었다. 위에 열거한 선승 가운데 부용 스님의 선시가 처사 마음을 울린다.

“부질 없는 세월 소리만을 생각하다/ 어느덧 구렛나룻은 희여 졌구나/ 비야리(바이사랄리의 음역. 중인도에 있던 나라로 부처님이 자주 이곳에 다니며 고하했다. 유마거사도 이곳에서 행화했다)의 옛날은 소리도 냄새도 없고 마갈타(중인도 마갈타 왕국을 지칭. 부처님이 성도한 니련선화가 이 곳에 있으며 불멸 후 제 1결집이 행해진 곳)의 그때엔 모든 음향 끊어졌어라/ 그루터기인 양 앉으니 일체분별 사라지고/ 바보처럼 지내노니 시비심이 일지 않네/ 헛된 생각일랑 산문 밖에 날려 보내고/온종일 세상 일 잊고 푸른 산만 마주 한다“

벽송사에는 경남 민속 문화재 제2호로 지정된 목장승 한쌍이 세워져 있다. 몸통에는 불법을 지키는 신이라는 뜻을 가진 ‘호법대신(護法大神)’이라는 이름을 새겨져 있다. 또다른 몸통에는 경내에 잡귀의 출입을 통제하는 장군의 뜻을 가진 ‘금호장군(禁護將軍)’이라는 글귀를 새겨져 있다. 장승은 잡귀의 출입을 금하는 기능과 함께 불법을 지키는 신장상으로 구실을 한다.

벽송사는 청허휴정 선사가 득도한 곳이다. 출가초기 행자시절부터 수학기와 수선기(修禪期) 및 오도(悟道)의 기연(起緣) 등이 모두 지리산 벽송산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벽송사의 가을 단풍은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픈 빛을 띠고 있다. 월암 선사가 쓴 벽송사 사적기에 이런 글이 있다.

“가을비 내리는 날 만산홍엽의 단풍잔치가 절정에 오를 즈음해서 천지 가득히 구름이 일어 춤을 추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는 마치 미륵세존의 용화회상이 운집한 대중이 환희용약(歡喜踊躍)하여 춤을 추는 모습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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