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준 정치평론가가 극찬한 함양주차장식당

2020-01-27     지리산힐링신문


*가정식 백반

윤제림(1960~)


아침 됩니다 한밭식당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는,
낯 검은 사내들,
모자 벗으니
머리에서 김이 난다
구두를 벗으니
발에서 김이 난다

*아버지 한 사람이
부엌 쪽에 대고 소리친다,
밥 좀 많이 퍼요.

 

해설



*아직 추위가 가지 않은 새벽, 사내들이 밀어닥친다. 봄처럼 밀어닥친 사내들. 무엇에도 구애받길 거부하며 자라난 사내들. 요것조것 따지며 살고 싶지 않은 사내(*아버지)들.
그들의 뼛속엔 노모의 근심도, 어린 아이들의 애잔한 칭얼거림도 박혀 있겠으나 근육에는 생명이 번쩍인다.
아침밥 먹기 전에 무슨 일들을 하고 왔을까? 집을 짓는 사람들일까? 길을 닦는 사람들일까? 암튼 이 생명력 넘치는 허름한 식당이 그 어떤 새벽 예배당보다 성스럽다. 그 어떤 기도회보다 하나님과 가깝다. 권위가 아닌 생명으로 충만한 이 젊은 아버지들에게 유식한 논란은 필요치 않다. 다만 일이 있어 즐겁고 일이 있어 아름답다. 세상이 이들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 이들에게 푸다 만 듯한 밥공기를 내밀어서는 안 된다. 세상이 이들을 속여서는 안 된다.
이들의 기도는 심플하고 간절하다. '밥 좀 많이 퍼요.' 자연스레 백반집 주인은 김 무럭무럭 나는 흰 쌀밥을 퍼주고는 이날 아침 높은 하나님이 되었으리. (장석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