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태극권고수 김용근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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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태극권고수 김용근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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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2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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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면 촉동 거주
일망무제 지리산 정기 받으며 산양삼 재배

취재/구본갑

사진/조광환

서북해의 밖, 적수(赤水) 북쪽에 장미산(章尾山)이 있다. 신이 있는데, 사람의 얼굴에 뱀의 몸이며 붉다. 눈이 기둥처럼 툭 튀어나와 있는데, 그 눈을 감으면 어두워지고, 그 눈을 뜨면 밝아진다. 먹지도 잠자지도 숨 쉬지지도 않으며 비바람을 부를 수 있다. 그는 구음(九陰)을 비춘다. 그를 일러 촉룡(燭龍)이라고 한다. (『산해경』 「대황북경大黃北經)」)

◆『산해경』에 등장하는 촉룡,무얼 의미하나?

『산해경(山海經)』은 BC 6년경에 만들어진 책으로, 각지의 산악에 사는 인면수신(人面獸身)의 신들과 제사법 및 산물을 기록한 고대의 지리서이다. 구성은 중국 하남성 낙양(洛陽)을 중심으로 하는 「오장산경(五藏山經)」에서 출발해 「해외경(海外經)」, 「대황경(大荒經)」으로 넓어져 간다. 마지막이 「해내경(海內經)」이다. 『산해경』 「대황북경大黃北經)」에 ‘촉룡’이 등장한다.

옛사람들은 ‘촉룡’을 개벽신이라고 간주했다. 『중국신화사』 저자 위안커는 저서 『산해경교주校註』에서 촉룡을 천지개벽의 주인공 반고와 같다고 보았다. “반고는 용의 머리에 뱀의 몸을 가지고 있다. 입김을 천천히 불면 비바람이 되고 세게 불면 천둥번개가 되며 눈을 뜨면 낮이 되고 눈을 감으면 밤이 되었다”

촉룡이 사는 곳은 어딘가? 28수 중 하나인 창룡 자리에 산다. 창룡은 각·항·저·방·기(角·亢·低·房·箕)로 이루어진 별자리로 북두칠성 옆에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고 한다. 촉룡은 모든 절기를 관장한다. 촉성이 동쪽에 뜨면 중춘과 경칩이 온다. 중춘에는 칩복하고 있던 벌레들이 모두 움직인다. 봄을 청양(靑陽), 여름을 주명(朱明), 가을을 백장(白藏), 겨울을 현영(玄英)이라고 한다. 이 넷을 합쳐 사기(四氣)라 한다. 사기를 조화롭게 만드는 별이 옥촉(玉燭) 즉 촉룡(燭龍)이다.

함양군에도 촉룡(燭龍)이 산다. 함양군 마천면 구양리에 촉동(燭洞)마을이 있다. 일주문을 지나 마천 추성리 가는 고갯길에 ‘등구사’라는 팻말이 보인다. 이정표 길을 따라 5분 정도 달리면 해발 500미터 지점에 촉동마을이 있다. 51가구 81명이 거주한다. 주산물은 옻순, 옻피, 고사리, 토종꿀. 봄에 화사한 벚꽃이 가을엔 단풍이 절경을 이룬다.

○…새벽 3시 촉동마을 신라고찰 등구사. 도량석이 올려지고 운판과 목어와 법고와 대종이 차례로 울려퍼진다. 바로 이 시각, 촉동마을 한 토굴. 초로의 사내가 우주의 정기를 받으며 태극권 수련을 하고 있다. 김용근(金容根). 태극권은 중국전래 권법이다. 태극권은 물이 흐르듯 유연하고 율동적이며 신중한 동작을 이용한다. 태극권은 이연걸이 주연한 중국무협영화에 자주 등장해 우리들 눈에 낯익은 무술이다.

이연걸 무협지영화를 보면 동이 트기 전에, 중국 사오린사(少林寺) 승려들이 태극권 수련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스님들은 5가지 동물, 즉 곰· 새· 사슴· 원숭이· 호랑이를 흉내내며 태극권 수련을 한다. 태극권은 도가의 철학을 투로(연속적인 권법동작의 조합)에 함축하여 도가의 실천원리 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투로는 단순히 상대방을 제압을 목적으로 한 격투기술인 기격(技擊)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으로는 도(자연)를 깨닫고 궁극적으로 도道와 합일合一을 위해 만들어진 무예이다.  태극권은 오랜 세월 변화하고 발전되는 중에 많은 유파가 형성되었으나 그 중에서, 진식태극권(陳式太極拳)을 소개하기로 한다.

진식태극권의 운동 특징은 1. ‘현강은유(顯剛隱柔)’ 즉 “강을 보이며 유를 감춘다.” 2. ‘강유상제(綱柔相濟)’ “강함과 부드러움이 서로 돕는다.” 3. ‘동작라선(動作螺旋)’ “동작에 비틀림의 나선이 있다.” 4.‘전요(纏繞)’ “감으며 달라붙다.” 5.‘수법다변手法多變(수법다변)’ “손의 움직임에 변화가 많다. 6. ‘홀은홀현(忽隱忽現)’ “돌연 감추듯 하다 돌연 나타나듯 한다.” 7. ‘쾌만상간快慢相間(쾌만상간)’ “빠름과 느림이 서로간에 있다.” 8.‘단전내전(丹田內轉)’ “단전 안에서 돌린다.” 9.‘관대저침’ “넓고 크게 하여 낮게 가진다.

 

 

 

◆태극권 수련하면 치매 예방

○…천왕봉에 아침해가 솟을 즈음, 김용근 고수는 태극권 수련을 마쳤다.

김용근 고수가 살고 있는 촉동마을 뒷산에서 소쩍새가 쉴 틈 없이 소쩍소쩍 울음 운다. 김 고수는 유년시절 함양읍에서 살다가 청년시절 오랜간 항도 부산서 살았다.

“어느날 도시가 그냥 싫더이다. 가자 고향으로, 가서 산 속에서 한 떨기 야생초처럼 한 마리 산짐승처럼 살자. 그래서 이 곳에 들어와 삽니다. 벗이라 해봤자, 새 소리 바람 소리 들짐승 울음소리 뿐, 인적 끊긴 곳에 살아서 그런지 저도 한 마리 들짐승처럼 삽니다. 매일 아침 저기 보이죠? 천왕봉 명선봉 제석봉 바라보며 가부좌 틀고 태극권 수련에 나서면 정신이 명경처럼 맑아집니다. 제 꿈은 이 촉동마을에 괜찮은 태극권(도인술) 수련센터를 만들어 보는 겁니다”

최근, 각종 언론에서는 태극권이 노인성 치매의 진행을 크게 늦추는 작용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사이트 신화망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 대학 생리의학팀이 태극권과 기공(氣功)의 수련이 치매 증세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태극권과 기공을 다른 치료와 병행해 시연할 경우 치매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약물에 의한 치료와 거의 맞먹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치매를 치료하는데는 지금까진 약물요법이 중심이었지만 다른 치료법으로도 환자의 생활 질을 개선시키고 환자의 대뇌와 지각 기능에도 자극을 주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 연구팀은 특히 초기 증상을 보이는 치매 환자에게 태극권과 기공이 뉴론(신경세포)의 활성화를 돕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훌륭한 대체요법이 된다고 설명했다.

“태극권과 노자, 깊은 관련이 있다면서요?”

(노자는 도가의 창시자로서 도가는 유가와 함께 중국 철학의 핵심 사상이다. 노자는 『도덕경(道德經)』을 저술하여 도의 개념을 정의하고, ‘무위(無爲)’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다.)

“노자와 태극권의 절묘한 합궁을 이루고 있지요. 노자가 쓴 도덕경 (22,24,40,54장)에 이런 글들이 있습니다.

-양보(굴복)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요, 굽어지는 것이 똑바른 것이다 -발끝으로 서있는 자는 오래 버티지 못하여 한껏 벌리면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돌아가는 것이 도의 모습이고 양보는 도인(道人)의 처세(處世)이다. -뻣뻣하고 굳은 힘은 죽음의 모습이고, 부드럽고 유연함은 삶의 태도이다.(하략) 태극권은 철저히 노자의 도덕경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무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촉동인가?

“화제를 바꿔 촉동마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촉동 마을 ‘燭’ 속에 우주적 콘텐츠가 들어 있더군요. 중국 기서奇書 『산해경』에 낙양 서북쪽에 장미산이 있고 그 장미산에 촉룡이 산다고 했는데, 이를 준거해 함양군에 대입해보면 함양군 서북쪽에 삼봉산이 있고 그 삼봉산에 촉룡(촉동)이 있다…이렇게 대립해 보니 촉동마을이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마을 이름이 왜 촉동입니까?”

“풍수에 따르면 촉동마을 뒤에 촛대봉이란 산이 솟아 있는데 지관들이 말하길 조천납촉(朝天納燭)의 명당자리라고 합디다. 뜻을 풀이하면 촛불이 하늘을 밝히는 형국이다 이 말씀인데? 저는 풍수에 무지인지라, 여기서 말하는  촛불의 의미를 잘 모르겠소이다”

대저, 촛불은 종교의식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힌두교에서는. ‘촛불은 인간의 소망을 신에게 전하는 사자로 인식했다.’ 촛불은 불과 초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어두운 마음을 밝히는 진리를 의미한다. 초는 몸, 심지는 영혼,  불은 진리에 비유된다. 초는 자기의 몸을 태움으로써 밝은 빛을 내어 어둠을 밝힌다. 교회에서는 초의 심지를 그리스도의 영혼, 초의 몸을 그리스도의 육신, 그리고 불꽃은 그리스도의 신성이라 하여 촛불을 삼위일체에 비유하고 있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그의 책 『촛불의 미학』에서 “촛불이 잘 타고 있는 시간은 얼마나 커다란 시간, 얼마나 아름다운 시간인가! 길게 뻗치고 끝이 뾰족해진 불꽃 속의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생명의 미묘함! 삶과 꿈의 가치가 그때 결합되고 있는 것이다”라며 촛불의 미학(美學)을 그려냈다.

○…김용근 고수 거실 한 켠에 이색적인 사진 한 장이 놓여져 있다. 거북이처럼 생긴 고구마 사진이다. “우리 집 뒷터에서 캔 고구마인데, 생긴 게 희한 하죠? 마치 남근석 같잖소? 어느 풍수가 이 고구마 사진을 보더니만 허허허 이런 고구마는 조천납촉혈에서만 난다고 합디다”

촉동마을 풍수지리는 거북이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조선조 학자 김일손은 함양여행기 『속두류록』에 촉동마을 등구사 땅 생김새를 이렇게 노래했다. “촉동의 산형은 거북이와 같다. 이곳 뒷산에 위치한 등구사 절은 그 등에 올라 앉아 있다. 등구사 축대 틈에 깊숙한 구멍이 있어 시냇물이 북으로부터 내려와 그 속으로 흐르는 소리가 골골하다…”

속설에 따르면 거북이는 1000년을 산다고 한다. 1,000살 먹은 거북은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고 털이 난다고 한다. 5,000살 먹은 거북을 ‘신귀’라 하고, 1만 살 먹은 거북을 ‘영귀’라고 한다. 또한 전설에 의하면 1,000살 먹은 거북의 껍질을 빻아서 불태운 뒤 사람이 먹으면 1,000년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거북이는 오래 산다는 의미에서 용이나 봉황과 함께 상서로운 동물로서 인식되었다. 그리하여 집을 짓고 상량(上樑)할 때 대들보에 ‘하룡(河龍)’·‘해귀(海龜)’라는 문자를 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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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김용근 고수와 촉동마을 군데군데 마실 나갔다.

“촉동마을 옛이름이 빈대궐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가야국이 신라군의 습격을 받고, 마치 모택동이 팔로군을 데불고 연안으로 대장정에 나섰듯이 가야국도 유민을 데꼬 산 너머 물 건너 이곳 촉동으로 와, 대궐을 지었나 봅니다. 지금도 그 흔적이 있습니다. 촉동마을은 삼봉산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 바, 수천수만가지 이름 모를 산약초가 자라고 있는데, 향후, 이곳을 산약초의 본향으로 만들면 아주 기가 막힐 겁니다”

“그렇다 말고요. 촉동이라는 지명 속에 우주 만물의 생기가, 태극(太極)이 흐르고 있습니다. 가히 한국의 ‘세도나’입니다”

김용근 고수와 필자는 마침내 등구사에 이르게 된다.

“읍내 읍파출소 옆에 손자장면 구씨 아저씨와 하성수 전 농협임원 등이 등구사 신도인데, 두 분, 등구사에 대한 애정이 대단합디다”

아참, 또 한 사람의 등구사 마니아가 있다. 앞서 소개한 조선조 학자 탁영(濯纓) 김일손이다. 탁영은 등구사를 이렇게 노래한다.

“나는 말(馬)이 가는 대로 몸을 맡겨 등구사에 도착했다. 등구사 작명유래는. 불룩하게 솟은 산의 형상이 거북이와 같은데 절이 그 거북이 등에 올라앉아 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래된 축대가 우뚝한데 그 틈새에 깊숙한 구멍이 있다. 밤새도록 내린 비가 아침나절이 다하도록 그치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절에 머물며 낮잠을 잤다. 그런데 승려가 비가 개어 두류산이 보인다고 알려주었다. 졸린 눈을 비비고 내다보니 푸른 세 봉우리가 문 앞에 우뚝 솟아 있었다. 내가 농담 삼아 ‘조물주도 역시 마음이 있나 봅니다. 산의 모습을 숨겼다 드러나다 하니 시기하는 바가 있는 듯 합니다’라고 말했다…”

등구사 경내에 소박한 3층석탑이 있다. 신라때 지은 이 석탑은 조각기법이 매우 정제되어 있어 본래는 무척 아름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이 탑은 7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파괴되어 현재 크기에 이른다.

촉동마을 르포를 마치고 하산, 오도재 아래 변강쇠 삼겹살집에서 뒷풀이를 했다. 필자는 이 자리에서 (김용근 고수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촉동마을에, 촉룡을 관찰할 수 있는 천문대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김용근 선생께서 재배하는 산양삼 이름을 ‘촉룡’ 산양삼이라고 작명해 보세요. 촉룡이 의미하는 바가 워낙 크므로, 함양산양삼 이름값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 같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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