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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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부부
  • 지리산힐링신문
  • 승인 2020.01.2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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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웅 논객이 길에서 만난 사람

 

 

 

 

 

 

 

 

지리산 함양시장 동해물약국 옆 난전, 옛날 이창구 전 도의원 모친이 채소 팔던 자리. 함양 촌부들이 길거리에서 약초 채소류를 팔고 있다.

척추장애자 권재수 씨 부부가 이곳에서 채소를 판다. 권 씨 아내는 전북 장수군 장계출신 허영임 씨. 알콩달콩 자식새끼 둘(두현·상현)을 낳고 남 부럽지 않게 살았다. 그는 현재 함양서 논 100마지기, 양파 1만평을 경작하고 있다.

23년 전, 가을, 함양읍 웅곡리, 마을 곳곳에 감들이 발갛고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권 씨 이웃집 아줌마가 길다란 대나무로 감을 따고 있다. “두현이 오메(엄마), 우리 집 감 많다. 감 좀 따도고! 감 따가 우리 나나 묵자카이두현이 엄마가 그래 가지고 감을 많이 딸 수 있다, 사다리 좀 가지고 오소, 사다리 타고 따야 감을 많이 따제

옆집 아줌마가 사다리를 가져온다. 두현이 엄마가 대나무가지를 들고 사다리 위로 올라간다. , , 감들이 우박처럼 떨어졌다. 두현이 엄마 얼굴에 웃음이 가득, 가을의 산열매(고욤, 으름, 머루) 익는 들큼한 냄새가 두현이 엄마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랬는데마을 뒷산 산죽이 듬성듬성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더니만 사다리가 기우뚱거리더니 두현이 엄마가 꽃잎처럼 바람에 휘날려 툭! 하고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이고 두현이 엄마, 사다리에서, , 떨어졌다, 우짜몬 좋노. 동네사람들요, 빨리 좀 오소.”

땅바닥에 떨어진 두현이 엄마 눈에선 흰자위만 보였다. 동네사람들과 남편 권 씨는 두현이 엄마를 읍내병원에 데려갔다.

척추장애압박골절. 읍내 병원에서는 핀 고정술같은 걸 할 수 없어 안절부절. 권 씨는 친척들에게 사발통문을 돌려 도움을 청했다. 친척 누군가 서울 한양대학교 대학병원을 소개했다. 담당의사의 말이다. “12번 척추 압박골절 손상으로 인공디스크를 삽입하고 1번 척추 압박으로 12번 밑에 11번 척추에 핀 고정술을 해야 합니다. 이는 12번 인공 디스크 삽입 위아래 척추 뼈를 긴 핀으로 고정술을 하는 걸 말합니다

수술 후 후유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배꼽 아래는 모두 마비되었다. 대소변은 누군가가 받아 주어야 했다. 권 씨의 회고.

거참, 나도 하기 힘든 대소변 수발을 저 놈(둘째 상현)이 제 어미 봉양한다고 어린 나이에 저 스스로 어미 대소변을 모두 받아줬소. 기특한 놈, 이 병은 완치가 되는 그런 병이 아니라 한양대 병원에서 응급처치만 받고 약 제때 받아 묵는 걸로 끝나는 것이고, 계속해서 통증으로 고생해야 하는 병인기라, 사고 난 후 20여년 꼼짝달싹도 못하고 방구석에서 고생만 했어야 했지, 아들놈의 정성 때문인지 처()가 조금씩 조금씩 움직입디다. 하루는 아내가 나한테 이런 부탁을 혀요. ‘여보, 나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기 참 뭐하요. 시장에 가서 장사라도 해야 숨이 좀 트일 것 같소, 그래?’ 그 말을 듣고 내가 그랬지. 그건 안 되는 말이다. 마을사람들이 나보고 뭐라고 하겠노, 아픈 마누라, 거들떠도 안 보고 장사나 시키는 파렴치범으로 안 보겠나?”

 

이런저런 실랑이를 벌이다 아내가 끝까지 시장에 나가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권 씨, 할 수 없이 시장 상인연합회에 부탁, 난전 한 곳을 마련해준다. 아내는 이 일(시장에서의 장사)에 재미를 붙였다. 얼굴에 늘 웃음꽃이 피웠다. 시장사람들과 함께 과일 궤짝을 부숴 점심밥을 해 먹었는지 얼굴에 살도 도톰해졌다.

남편은 이런 아내를 위해 비가 오나 눈이오나, 매일 아침 밭에서 배추 무를 캐, 리어카에 실어 시장으로 가져왔다.

아이고 상현이 아부지, 애처가네 애처가! 오늘밤에 상현이 아바이, 마누라한테 비락(벼락) 천둥사랑받겠네, 우야몬 좋노!”

이 말에 권 씨, “우리 마누라 업스몬 난 바로 죽소마! 오늘 내가 마, 점슴 손짜장면 쏜다마! 저녁밤에 마누라 사랑 마이 받으라꼬 나는 마 꼽배기 시킬끼다마, 힘 좀 쓸라몬 꼽배기 묵어야 안 하겠소? 으하하하

남편의 괴성(?)에 아내가 새색씨처럼 환하게 웃는다.

|김재웅(전 함양군의장)

필자 김재웅 010-6332-5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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