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수동 버스정류장 옆 cu 편의점 운영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
우리나라 꽃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예쁘다. 봄에 피는 꽃으로는 군자의 꽃 매화, 제주도의 명물 유채화, 바닷가의 동백, 노란 병아리 개나리, 꽃 중의 꽃 모란, 봄길 장식 벚꽃, 귀족 같은 목련, 향수의 원료 라일락, 약재로 쓰이는 산수유, 물을 싫어하는 군자란, 벚꽃을 닮은 앵초, 뿌리로 겨울 나는 붓꽃, 들판을 수놓는 자운영, 금계국, 나비 같은 팬지 등이 있으며 여름에 피는 꽃으로는 태양의 꽃 해바라기, 흰꽃이 주렁주렁 유카, 수탉의 볏을 닮은 맨드라미, 꽃 색이 변하는 수국, 여름내 피는 백일홍, 초롱처럼 생긴 푸크시아, 반짝이는 잎을 가진 베고니아, 길가에 모여 핀 풀협죽도, 입술 모양의 샐비어, 알뿌리를 심는 칸나, 말쑥한 아름다움의 부용, 산에 피는 원추리, 범의 무늬를 가진 범부채, 꽃의 여왕 장미, 덩굴로 뻗어 나가는 능소화, 베란다를 장식하는 제라늄, 저녁에 잠자는 수련, 냇가에 자라는 고마리, 약으로 쓰는 익모초, 감아 올라가는 환삼덩굴, 차의 재료로 쓰는 차풀, 작고 노란 꽃이 피는 괭이밥 등이 있다.
가을의 꽃은 들판에 핀 코스모스, 크고 탐스러운 꽃을 피우는 달리아, 향기 있는 옥잠화, 잎을 약용으로 쓰는 샐비어, 꽃이 작은 꿩의 비름, 잔털이 많은 과꽃,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쇠서마물, 이삭 모양의 개여뀌, 국화주를 담는 감국, 돼지감자라고도 하는 뚱딴지, 어린 순은 나물로 먹는 자주꽃방망이, 들국화로 불리는 쑥부쟁이, 산 속 바위나 지붕에서 자라는 바위솔, 9월 9일에 뜯어서 약으로 쓰면 효과 만점 산구절초 등이 있다. 그리고 겨울꽃으로는 대표적인 겨울꽃 동백꽃, 청초한 노랑꽃잎이 인상적인 수선화,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꽃 포인세티아, 겨울분화로 각광 받는 시클라멘, 아쉽게도 향기는 없지만 아름다운 겨울 꽃 심비디움 등이 있다.
나무에서 꽃이 떨어진 자국을 꽃자리라고 하는데 이런 꽃자리를 보고 좁다고 말하면 옹졸한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의 심성에서도 꽃이 핀다. 낯꽃은 사람 얼굴의 밝은 표정을 말하고, 낯꽃 가운데서는 가장 예쁜 낯꽃은 웃음꽃일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낯꽃 중에 울음꽃은 없다. 하지만 사람이 세상을 살다보면 웃음보다 울음이 아름다울 때가 있는데. 그리고 또 다른 꽃에 대한 말들이 있다. 꽃무덤은 아까운 나이에 죽은 젊은이의 무덤이다. 꽃나이는 여자의 한창 젊은 나이, 꽃잠은 신랑 신부의 첫날밤 잠이며, 꽃이 진 뒤에 바로 맺히는 열매는 꽃맺이, 맨 처음 열리는 오이나 가지 같은 열매는 꽃다지라는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라는 시의 한 구절처럼 조용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래서 '당신이 나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도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당신에게로 달려가 당신 품에서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고 싶습니다‘처럼 마냥 한 송이 꽃이 되고 싶다. 최연수 여류화가가 그린 꽃 그림을 본다.
마치 아지랑이처럼 꽃 한송이가 허공에 떠 있다.
화폭은 평면성을 탈피했다. 반구상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를 펴게 한다.
반수반인(半獸半人)인 스핑크스에서 우리는 신화나 전설을 꿈꾸게 된다. 그렇듯이 그의 반구상의 화면은 무량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바야흐로 작가의 감정이 그림을 타고 감상자의 마음으로 이입되는 것이다. 독일철학자 롯체의 말처럼 ‘美的 경험은 조화와 통일성의 경험이라기보다는 감정이입의 경험’인 것이다.
하나의 꽃은, 단순히 식물로서의 꽃이 아니다.
그로부터 벗어나 하나의 우주, 실존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꽃을 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연수 작가는 “꽃을 보면 즐겁고 마음이 한없이 순수해지는 것 같다. 꽃을 통하여 추출된 오묘한 아름다움과 삶의 진리를 고독한 현대인의 삶 속에 전달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조광환 기자kwa165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