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조광환 기자
폐선(廢船)
새벽별 등불 삼고 갈매기 떼 벗을 삼아
칼바람 삭인 세월 가슴속에 묻어둔 채
부둣가 문지기 되어 홀몸으로 늙어간다
거창군 위천면 출신 이영기 시조시인이 2024년 사단법인 한국시조협회가 제정한 시조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인은 당선의 변을 이렇게 밝힌다.
“2024년 가을호 신인상을 받을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먼저 저의 글을 선택해주신 사)한국시조협회 심시위원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늦은 나이에 그래도 감성은 설아있는지 우연한 기회에 한국시조협회 통영지부 회원으로서 활동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동안 열정으로 강의해주신 강기재 지부장님, 먼저 등단하신 선배님들의 지지와 응원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시조의 열매가 영글게 자양분을 주신 한국시조협회 임원님들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이영기 시조시인은 1960년생으로, 위천초, 위천중, 거창상고(현. 거창중앙고).방통대농학과를 나왔다. 위천면 강천리 동계고택 옆에서 태어났다. 부친 존함은 합천이씨 차개, 모친은 박을남, 슬하 2남2녀 중 장남이다.
그는 현재 경남 통영시에서 산다.
이영기 시조시인은 그동안 각종 시조창대회에 참가, 그랑프리를 석권한 시조창 프로이다.
동곡 이병도, 향산 강재일 선생으로부터 사사한 그는, 산청군 남명선비문화축제 시조창 부문 최우수상을 비롯 진주개천예술제, 포은 정몽주 선생 송축 전국시조경창대회에 출전,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 시인은 주말마다 고향, 위천면에 온다. 시조나 판소리 할 때 독공이라는 것이 있다. 그는 독공을 연마하려고 수승대 깊은 계곡을 찾는다.「독공(獨功)」이란 문자 그대로의 뜻은 「혼자 일한다」는 것이나 판소리계에서는 스승이 필요치 않을만큼 기량을 갖춘 소리꾼이 더 좋은 소리를 얻기 위해 산사 등에서 사람들과 떨어져 홀로 피나는 연습을 하는 것을 이른다.
「독공」의 방법은 사람을 따라 각양각색이다. 명창 박동진옹의 경우 30대 독공시절 하루 18시간씩 연습을 하며 인분물로 부은 목을 가라앉힌 것으로 유명하다.
지리산힐링신문은 이영기 시조시인을 만나, 수상작 폐선과 관련, 인터뷰를 했다.
-수상작 폐선에, 삶, 자연, 숙명 등이 베여져 있다. 폐선을 바라보면서 시인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듯 싶다. 통영시를 배경삼아 창작했나?
”그렇다, 통영의 새벽, 그리고 별을 바라보며 시조를 썼다. 바닷가에 폐선이 놓여있더라. 그 폐선이 마치 우리네 인생과도 흡사해 보여 시상이 떠올라 시조를 썼다. 우리네 인생 알고보면 기러기가 눈쌓인 진흙밭에 잠깐 내려앉아 발자국을 남기는 것과 같잖은가?
이영기 시인은 정치없는 우리네 인생을 설니홍조雪泥鴻爪과도 같다고 한다.
글자 그대로는 '눈밭 위에 난 기러기의 발자국'이란 뜻인데, 여기서 뜻이 확장되어 '눈이 녹으면 눈 위에 찍힌 기러기 발자국이 없어지듯이 인생의 발자취도 그렇게 사라져 무상함'을 이르는 말이다.
-시인의 성정은 염세적인가?
“절대 아니다. 바닷가에 살다보니 대자연 속으로 빠져들고 싶은 마음으로 썼다”
-왜 시나 소설말고 시조를 선택했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시조의 멋과 맛에 취하게 된다. 비록 문학에 관심이 없거나, 시가 무어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렇다.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오거나 들려오는 시조 가락에 자신도 모르게 흠뻑 취하게 되는 것이 바로 시조의 매력이다. 그러니 우리 겨레의 유전자에는 시조의 리듬감이 생태적으로 들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시조는 친근하고 고유한 운문 문학의 정수다.”
-끝으로 고향 거창군 위천면서 명창 이영기의 시조창 공연을 해볼 생각은?
“실력은 아직 부족하지만 꼭 하고 싶다. 가능하면 수승대를 주제로 한 시조를 내가 직접 창작, 이 시조에 곡을 붙여 노래하고 싶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
친구야 축하한다, 중학교 다닐때 짝궁이었지.그때 알아봤다.(박동환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