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창 전 함양교육장 비하인드스토리 제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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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창 전 함양교육장 비하인드스토리 제1편
  • 지리산힐링신문
  • 승인 2020.01.09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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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사진|조광환 기자kwa1655@hanmail.net

 

 

 

 

 

 

누가 나에게 일생동안 본 영화 중에 가장 감동적인 게 뭐냐고 물어 본다면 중국의 장예모(張藝謨) 감독이 찍은 영화 책상 서랍 속의 동화라고 말하고 싶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1950년대, 시골은 가난했다.

영화는 중국 어느 시골 초등학교 풍경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학교 선생인 가오가 어머니 간병을 하기 위해 한 달 동안 학교를 비우게 된다. 한달동안 가오 선생을 대신할 선생이 필요했다. 마을 어른은 13세 소녀 웨이민치에게 월급 50원을 주기로 하고, 대리교사로 데려온다.

 

 

영화 <책상서랍속의 동화>

 

 

이 학교의 학생 수는 원래 40명이었는데 도시로 하나 둘 떠나면서 28명으로 줄어 들었다.

가오 선생은 어머니 간병차 학교를 떠나기 전, 임시선생 13세 소녀 웨이민치에게 (내가 없는 동안) 학생이 도망가지 않으면 보너스로 10원을 추가로 주겠다고 약속하고 떠난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소녀가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매일 출석을 부르고 교과서 내용도 칠판에 열심히 적어서 아이들에게 받아쓰게 하지만 나이 어린 선생님을 얕잡아본 아이들은 말썽만 부린다. 특히 장난이 제일 심한 장휘거 덕분에 귀한 분필 여러 개를 못 쓰게 되자 웨이는 크게 낙담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달리기에 소질 있는 여학생 하나가 도시로 전학을 가게 된다. 웨이는 학생을 숨기면서까지 촌장과 실랑이를 벌이지만 장휘거가 입을 여는 바람에 결국 학생 수 하나가 줄어들며 보너스’ 10원도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며칠 뒤에는 장휘거마저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된다. 집이 너무 가난해서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난 것. 웨이는 장휘거를 찾아오기 위해 남은 학생들과 궁리를 한다. 일단 도시까지 가려면 버스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무작정 벽돌공장에 가서 벽돌을 날라 여비를 마련하기로 한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웨이는 장휘거가 일한다는 곳에 도착하지만 장휘거는 이미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다.

 

가난 때문에 학교를 떠나야 하는 아이들과 교육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 그리고 진정한 인간적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하지만 무겁고 낮게 얘기하지 않고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가볍고 경쾌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대리선생님은 월급 50원을 준다는 말에 코흘리개 아이들과 한 달 동안 대충 때우며 지낼 생각으로 부임하지만 첫날부터 아이들과 힘겨루기를 하느라 지쳐버린다. 게다가 월급을 주기로 한 이장님과 선생님은 서로 미루기만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 달 동안 학생 수가 줄지 않으면 월급을 10원 더 주겠다는 말에 도시 학교에 전학 가는 아이를 숨길 정도로 에 대한 집착도 보이지만, 말썽꾸러기 학생이 무단으로 결석하자 아이를 찾아 나서는 모습도 보여준다. 영화의 백미는 웨이가 도시로 갈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과 좌충우돌하는 모습, 그리고 행방불명된 학생을 찾기 위해 TV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장면이다. 연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출연진들의 자연스런 연기와 담백한 수묵화 같은 장이모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어느해, 필자는 함양군 마천면 등구초등학교(폐교) 총동창회 취재차, 옛 등구학교를 찾았다. 저만치 오일창 전 함양군교육장님이 계셔 인사를 드렸다. 오일창 교육장과 학교 동문들은, 옛추억을 회상하며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필자가 오 교육장에게 인사를 드리며, “이 학교 동문들, 지금, 이렇게 호탕하게 웃고 있지만 학교가 없어져 속이 많이 상하겠습니다, 교육장님, 이 학교와 인연이 있습니까?"

 

 

있지요, 제가 진주교대를 졸업하고 안의 초등학교를 거쳐 등구초등학교에 부임했습니다. 당시 보리고개인지라 장예모 중국영화 책상서랍 속의 동화 저리 가라 같은, 허허허, 슬프고 아름다운 사연들이 많지요 초임 교사때 저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좋은 제자들을 키우고 싶었습니다, 

시골 소년도 나중 크게 될 수 있다, 그런 희망적 교육을 많이 시켰습니다. 내가 그때 힘(능력)이 있었다면 등구 초등학교 소년들, 지리산 반지 원정대로 한번 키워보았을 겁니다. 후회막급입니다. 이 친구들 지리산을 끼고 자란 아이들이라, 배포도 크고, 그랬었는데 교육자로서 전 빵점이 있었습니다, 당시 나라가 가난해, 이 친구들을 키울 여력이 없었습니다. 나라에서 지원만 있었다면, 그때 이 아이들을 지리산 특공대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요즘 버전으로 방탄소년단!”

오 전 교육장의 말을 의역하면, 다람쥐처럼 산 잘 타고, 만날 용유담 물 속에서 수영하는 학동들을 스파르타 교육을 시켰으면 나중 스포츠 스타가 되지 않았을까? 그런 후회가 된다가 되겠다. 교육장은 말한다. “등구학교를 졸업한 학동들은 가난을 떨구기 위해 대도시로 나가 열심히 일해 훌륭한 가장이 되어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 너무 반갑다고 말하다.

오일창 교육장은 훗날, 초임시절 함양 초등학교에서의 에피소드를 기술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함양군에 정경화라는 시인이 있다.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그는 오일창 전 교육장 제자다, 그는 오 교육장을 이렇게 노래한다.

 

제자 정경화

 

 

 

 

 

 

 

스승의 큰 사랑 심으신 선생님

스승의 큰 사랑 제 가슴에 심으신 우리 오일창 선생님

항상 결과를 먼저 보시지 않고 오직 최선을 다했느냐를 살피시어

꾸중을 주신 우리 선생님

이 못난 제자가 돌아들어가는 길목마다 큰 바위 얼굴로 서계시면서

오늘도 후회없이 살고 있느냐 추상 같은 말씀을 주시는 우리 선생님

나에게는 나를 일일이 지켜보는 내가 있음을 알려주시고

또다른 나를 감시자로 붙혀주신 우리 선생님

저는 크게 자랑스러울 것도 없는 제자인데

이 제자에 대한 자부심 드러내시어 언제나 얼굴 뜨겁게 하시는 선생님

몸이 뒤틀렸다고 마음까지 뒤틀려 쓸모없이 되지 말라고

초등학교 4학년 어린 제자 손 따뜻하게 잡아주셨던 선생님

그 손 아직도 잡고 계시는 선생님

저는 선생님께서 기르신 여러 제자 가운데

아주 못난 한 사람 제자지만

선생님께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제자들을 사랑하셨는지

제자들에게 회초리를 주시고 얼마나 가슴아파 하셨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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