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90모친과 “거창하데이쌀”로 저녁을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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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 90모친과 “거창하데이쌀”로 저녁을 먹다
  • 지리산힐링신문
  • 승인 2021.11.3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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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사진=조광환 기자
010-5056-0556

 

고봉밥. 높을 고. , 받들 봉,

풀이하면 높이() 받듦(), 즉 밥그릇에 밥을 수북이 담는 걸 고봉이라고 한다. 되나 말로 곡식을 계량할 때 박절하게 깎지 않고 높이 쌓아올린 상태를 고봉이라 한다. 옛 우리 선조들은 집에 손님이 오면 주발周鉢에 산처럼 쌓은 밥을 내놓는다. 한국인 특유의 체면문화 또는 배려와 관련이 있다.

손님이 밥 한 그릇 더 주세요.’라고 말하기 미안해 할까봐 알아서 큰 주발에 가득 주는 것이다. 강인희 교수는 한국의 식생활사본문 315쪽을 통해 고봉밥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조선조 책 요로원야화기손님에게 고봉밥 수북이 드렸더니 다 들고 좋아하셨다.”는 글이 있어요. 중국 사람들은 맛으로 먹고 일본인들은 눈으로 먹고 조선 사람들은 배불리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 많이 먹는 사람이 넘버원이었습니다.“

수필가 정목일은 고봉밥을 이렇게 노래한다. “고봉밥은 어머니 젖가슴 같다. 포근하고 넉넉한 곡선은 부드럽고도 포만감을 안겨준다. 고봉밥은 어머니가 젖을 물려주듯이 사랑으로 밥을 올려놓은 형상이다. 두 손으로 받는 모습으로 건강하게 잘 되라는 염원으로 올린 탑처럼 보인다. 밥으로 쌓아올린 사랑의 탑이 고봉밥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필자는 지난 일요일, 연로한 (90) 어머니와 함께 김장을 했다.

모친은 명문가 은진임씨 후손으로서 평생 가난한 서방(부친)을 만나 생고생을 하셨다. 자식들도 변변치 못해 늘그막에 호강도 못하고

지금은 몸이 쭈그러들어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노인의 모습, 가난할망정 가족들을 위해 밥을 짓고 아이를 키우고, 남편을 기다리던 여인으로 이웃과 정을 나누던 우리 어머니.

 

어머니 말라 비틀어진 손가락에 황소등짝처럼 누런 금가락지가 햇살에 빛난다. 주름진 세월의 더께도 함께 빛났다. 멀리 수원서 김장을 돕기 위해 누님이 오셨다.

모친은 황급히 딸 손을 만지려고, 싸리문쪽으로 걸어갔다.

노인은 아래쪽 다리힘이 워낙 부실해 걷다가 미끄러지고 넘어졌다누부는 이빨이 부실한 모친을 위해 굴 한 박스를 들고  왔다. 아이고 고냥 오지, 말라코 비싼 구울을 사갖고 왔냐, 오서 오이라오서!”   (누님이 나에게) 저녁때 안 있나? 김장짐치하고 이걸()로 어무이 믹이자, 억수로 맛있다!”

그말에 불현 듯, 필자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눈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것을 숨기기 위해 눈꺼풀을 꾹꾹 눌러 참았다. 어무이가 살면 이제 얼마나 살 것인가?

오늘 우리 모자모녀간 저녁식사가 내년에도 이루어 질 것인가?

모녀가 한창 김장을 할 때 필자는 슬그머니 차를 몰고 가조면을 향했다. 오늘 저녁엔 정말 좋은쌀로 밥을 해 어머니와 함께 먹고 싶다, 해서, 가조면 동거창농협하나로마트로 가 (현재)국내에서 품질이 가장 좋다는 쌀 거창하데이쌀을 사, 그걸로 밥을 지어 모친밥상에 올리고 싶다.

 

 

거창북상면 송계사 약수터에 마지밥이 올려져 있다
마지밥 옆에 장수의 상징거북
안의용추계곡 청량사  보살이  마지밥을  들고 부처님 전에 가신다  
마지는 일반적으로 ‘공들여 만든 맛있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이외에도 ‘부처님께 올리는 밥’ ‘마지 밥’ 등으로 풀이된다.
또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면서 ‘손으로 만들어 올린다’ 혹은 ‘손으로 빈다’고 하여 ‘마지’의 ‘지’를 ‘맛있을 지(旨)’와 ‘손가락 지(指)’로 통용해서 쓰기도 한다.
결국 “정성스럽게 만든 공양을 올리오니 제 뜻을 감읍해 주십시오”라는 서원의 뜻이 담겨 있다. 그러면 부처님에게 하루 중 사시에 딱 한번만 공양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우리는 하루에 세 끼를 먹는 게 기본이지만 부처님은 평소 하루에 한번 오전에만 식사를 하셨기 때문에 훗날 제자들도 그 뜻을 받들어 사시를 택해 공양을 올리게 됐다.  사진은 청량사 대웅전 풍경.  

 

필자가 하필이면 거창하데이쌀을 주목하게 된데에는 이유가 있다. 며칠전 필자는 동거창농협진학덕조합장 취재에 나섰다가 이 쌀을 알게 된다.

이름하여 동거창농협의 거창하데이쌀, 골든퀸3. 골든퀸3호은 밥의 윤기치가 높으며 질감 및 밥맛이 매우 우수하다.

지난 2월 동거창농협은 차별화된 품종, 경쟁력 있는 품질로 쌀 재배농가의 소득을 올리겠다는 계획 아래 기능성 쌀인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진학덕 동거창농협조합장은 골든퀸3호 재배면적을 늘리고 판로 개척도 공격적으로 할 계획입니다, 골든퀸 3호쌀을 우리 동거창농협은 대박상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브랜드 명은 "거창 하데이쌀로 정했다. 진학덕 조합장으로부터 거창하데이쌀의 특징과 우수성을 전해들었다. “취반시 고소한 향을 발산하고 어머니의 정성이 담겨있는 듯한, 정감어린 쌀입니다.”

 

진학덕조합장 

취재를 마치고 이 쌀을 하나로마트에서 구입, 필자는 (며칠전 병상에서 고생하는어머니에게 밥을 지어드렸다. 정성껏 고봉밥을 밥상에 올렸다.  고봉밥엔 한국 어머니의 애환과 사랑이 담겨 있다.

아래글은 정목일 수필가의 추억이다.

어머니 몰래 월남전에 참전하기 한 달 전쯤, 하루 휴가를 얻어 집으로 갔을 때였다. 저녁 무렵이었고, 알리지도 않았기에 밥이 있을 리 없었다. 어머니는 황급히 부엌으로 들어가시더니, 상 위에 고봉밥을 얹어 오셨다. “웬 밥이냐?”고 묻자, “오빠가 바깥에 나가 있어도, 엄마는 먼저 오빠 밥그릇부터 떠놓으신다.”고 여동생이 나즉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고봉밥은 사랑이었다. 옛 주부들은 출타한 남편이나 아들을 위해서 반드시 밥을 떠놓았다. 객지에 있지만, 자나 깨나 그 모습이 눈에 밟혀서 고봉밥을 떠놓지 않을 수 없었다. 밥만은 거르지 말라는 기원과 염원이 담겨 있다. 밥은 곧 몸이고 생명줄임을 안다. 밥은 건강과 무사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어디서든지 건강하게 기운을 차리라는 모성의 강한 기구가 고봉밥에 담겨 있다.    필자는 그런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고봉밥을 올렸다.

모친은 고봉밥 한 그릇 뚝딱하고선 아이고 이기 무신 쌀이고, 지름이 철철 흘러 넘치네, 참 맛있다 맛있어하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어무이 우짜든동 오래오래 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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